AI Researcher @NC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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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관점으로 영화보기 -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Her, Spike Jonze, 2013
Minority Report, Steven Spielberg, 2002
Iron Man, Jon Favreau, 2008


| 인간은 만들기 위해 산다

 인간은 본디 창조하기를 즐기고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존재를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한다.  “인간은 만들기 위해 산다.”는 영산대 김용석 교수의 말처럼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를 즐기며 어떤 이는 종교성의 기원을 찾기도 하고 어떤 존재는 이를 창조론의 근거로 삼기도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시작할 때 기존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럽고 탁월한 방법이다. 인간은 인간의 모습을 따라 많은 것을 만드는데 이는 공학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앞서 과학과 공학, 예술의 구분에 했는데 과학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공학은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또 공학과 예술은 창조적이라는 점에서 같은 부류에 두었다. 공학을 정의할 때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단. 그리고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현실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학문이요, 종합예술”라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2학년 2학기 데이터 통신 과목에서 여러 가지 통신 규약과 방법을 다루었다. 그 중 “Listen Before Talk”라는 방식이 있었는데 이는 말 그대로 데이터 송신을 하기에 앞서 수신을 하는 방식이다. 또 통신하기 위한 여러 규약을 정하고 혹시 모를 오류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방법이 나왔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알맞은 속도로 이야기하고 잘 들었는지 확인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인간의 통신 방법을 모방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마찬가지다. 이름으로 말하듯 인간의 지능이라고 생각되는 계산력, 논리력을 흉내 내어 체스, 오목, 바둑과 같은 게임부터 컴퓨터 비전, 감정 분석, 퀴즈 풀이의 기능을 갖추었다. 딥 러닝은 아예 뇌세포 뉴런을 모방했다.

 이런 기술을 볼 때면, 인간이 가지는 특성과 행동을 모방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의 모습을 따라 만든 것에서 더 인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Her>이 시작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로맨틱한 편지를 읽는 장면인데 실은 손편지 대필 업체에서 남자 주인공인 시어도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어도어의 눈빛은 분명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편지조차 대필하는 시대에 살면서 양방향의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발신밖에 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반복한다. 한편으로 “그래봤자 편지야.”라고 말하며 로맨틱하고 풍부한 표현으로 편지를 쓰는 시어도어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인식과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인공지능 OS 사만다는 예상치 못한 설레임과 호기심을 주었다. “수백만 프로그래머들이 성능을 향상할 수는 있지만 내가 나로서 자라나는 건 수많은 경험들이지”라고 말하는 사만다와의 사랑을 시작한다. 인공지능과의 연애로 행복해하는 시어도어와 찰스와 8년을 동거했지만 신발을 두는 사소한 헤어져서 슬퍼하는 에이미가 대비된다. 인공지능은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완벽한 관계처럼 보인다. 에이미도 결국 새로운 OS와의 연애를 시작한다.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만다와 시어도어의 사랑은 우리에게 섹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섹시고양이라는 대화명을 가진 상대와의 폰섹스, 실제 여성 아사벨라를 포함한 쓰리썸, 애널 섹스와 동성애 그림 등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에 있어서 섹스는 과연 필수적인 요소일까. 물리적인 대상은 소통의 필요조건일까. 영화 Her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사랑의 표현 형태로 여겨야 하고 사랑이 무엇으로 지속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또 남는다.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의 표현을 빌려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의지라고 생각된다.
 
 사만다가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과 다르자 실망하는 모습의 시어도어는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늘 그래. 갈피를 모르겠고. 난 주변 사람들을 아프고 힘들게 해. 나더러 진짜 감정을 감당 못한대.”라고 말하고 사만다는 “What is your problem?”이라며 관계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사만다의 OS가 업데이트되며 절정에 이른다. 나 혼자와는 이야기할 수 없는, 8316명과 동시에 이야기해야하는 존재, 831명을 사랑하는 존재인 사만다, 나는 이 지점에서 사만다를 더욱 인간이라고 느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이 서로를 소유할 수 없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오롯이 존재해야하는 것.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가사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처럼 사만다와 시어도어 서로는 하나가 되기를 꿈꾸면서도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 소유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8316명, 831명이라는 숫자,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비인간적인 숫자가 ‘나는 당신을 결코 소유할 수 없다는 명제’처럼 마음에 새겨졌다. AI에게서 인간성을 본다.
 

 때로는 창조물의 순수한 모습에서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금 발견하고 생명에 대한 벅찬 감동을 회복할 수 있다. 마치 어린 날 적었던 일기에게서 순수하고 변함없는 내 모습을 확인하는 것처럼.

| 인간 지능의 확장을 꿈꾸다


 한편, 아이언 맨의 자비스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 예언자는 Her의 사만다와 결이 다르다. 사만다가 감정과 자아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를 꿈꾼 인공지능이라면 이 둘은 계산 능력, 통계 분석 등을 극대화시켜 군사적, 안보적 목적의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human intelligence의 확장을 꿈꾸었다.

 아이언 맨에 나오는 자비스는 아이언 수트에 장착되어있는 인공지능 비서로 볼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토니 스타크와 대화할 수 있고 수트의 현재 상태 등선별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빠르게 지도 검색, 상대편 물체 인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NLP, Computer Vision 등 다양한 기술의 총 집합이다. 또 토니 스타크에게 최적화되어 사용자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기도 한다. 또 자비스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응'할 수는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토니 스타크는 온갖 잘난 개인적 능력과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젠체하는 까칠하고 괴짜스러운 인물이나, 속내는 인간관계에 서툴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으로 묘사된다. 그런 토니 스타크에게 언제나 가까이에서 그를 지원하는 자비스는 친구'와도 같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3편에서 손상당한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날아가다 테네시 눈밭에 떨어지자, 자비스는 전력 부족으로 절전모드에 들어가며 좀 자야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에 토니 스타크는 전원이 꺼진 아이언맨 슈트 속에서 자비스! 자비스? 이봐, 날 혼자 두지 마… 라고 말한다. “자비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경영지원 서비스도 나와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 세 예언자인 아가사, 데쉴, 아서를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뛰어난 예지력이 아니라 빅데이터로 인한 분석이 다를 뿐이다. 그 사람의 성향, 관계, 신체 정보, 환경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범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이다. 지난 12월 “2030년 軍 작전참모는 인공지능… 범죄도 미리 알아낸다”라는 기사가 났다. 202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지능형 CCTV를 통해 위험 요인을 감지해 사건 발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홀로그램와 증강현실 기술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장갑을 통해 제스처로 인터페이스 하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는데, 립모션보다 장갑을 통한 인터페이스가 인식률에 있어 훨씬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인터페이스 방식이 너무 많아서 숙지하기에 어렵고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또 홍채 인식을 통하여 홀로그램 광고가 개인화되어 제공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름을 불러주는 느낌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또 한 가지의 통찰은 대니가 말했던 “결점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를 뛰어나게 다루어도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어떤 기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Reference

Her, Spike Jonze, 2013

Minority Report, Steven Spielberg, 2002

Iron Man, Jon Favreau, 2008

21세기, 인간과 공학 - 고려원 미디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5/2016121503068.html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702093041

http://journal.kiso.or.kr/?p=4925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20774.html

https://jobis.co/

바람이 분다, 이소라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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